입춘, 봄의 전령사

1. 개요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봄의 전령사입니다. 추웠던 대한(大寒)을 거치며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녹기 시작하고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다. 입춘에서 보름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생명의 고동이 힘차게 울려퍼질 것입니다.

 

입춘(立春)24절기 중의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습니다. 입춘은 절기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많은 사주가들이 입춘을 기준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음력으로 주로 정월(正月)에 드는데, ‘재봉춘(再逢春)’이라 하여 어떤 해에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들게된다. 그리고 설날은 입춘을 기준으로 하여 ±15일 범위 내에 위치하게 됩니다.

 

 

입춘 문자 그대로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이며 태양의 황경이 315˚에 드는 때로 보통 양력으로 24일 또는 25일이 됩니다. 황경이란 천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현인데 대략 북극과 남극을 관통하는 지구의 축과 태양면의 각도를 표시하는 선입니다.

 

2. 올해의 입춘일과 입춘시는?

 

2020년 입춘은 24일 화요일이며 시간(입춘시)오후 63이라고 합니다.

입춘과 입춘시는 해마다 달라집니다.

2019: 241214

2018: 240628

 

3. 입춘첩

궁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어올린 신년축시를 골라 연꽃 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붙였는데 이것을 민간에서도 흉내내서 입춘첩으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벽사 축귀는 나쁜 기운과 귀신의 해악질을 쫓아내고, 재앙을 막는다는 의미입니다.

 

입춘첩을 대문이나 기둥, 대들보, 천장 등에 서로 조화를 이루는 좋은 뜻의 글귀를 가로 15센티미터, 세로 70센티미터 내외의 한지를 두 장에 써서 좌우로 로 붙입니다. 그 외에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자와 호()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입춘첩은 입춘축(立春祝), 춘축(春祝),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榜), 춘방(春榜)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첩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으며 그리고 그래야만 효험이 있다고 하여 오늘날에도 한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입춘축을 써두었다가 입춘시에 맞추어 붙이기도 합니다. 정 써 붙이기 힘들다면 그냥 글귀를 외워도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번 붙인 입춘첩은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 입춘이 되면 전에 붙인 입춘첩 위에 덧붙이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연중 붙여두기 싫다면 입춘 다음 절기인 우수까지만 붙여두시면 됩니다. , 상중에 있는 집에서는 입춘첩을 붙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입춘첩은 대개 정해져 있으며 두루 쓰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따뜻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문을 열면 많은 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살기가 평안하며, 집집마다 살림이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해 살기가 좋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 동안 장수하고 자손은 만년토록 길이길이 번영한다.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災從春雪消福逐夏雲興)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난다.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 장수하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인다.

 

거천재 내백복(去千災 來百福)

천 개의 재앙은가고 백 개의 복이 온다.

 

기주오복 화봉삼축(箕疇五福 華封三祝)

기주오복은 다섯가지 복이라는 뜻으로 장수, 부유, 안락, 덕을 좋아하는 것, 늙어서 편히 죽는 것을 의미하며, 화봉삼축은 장수[]하시고, ()하시고, 다남(多男)하하는 의미입니다.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비가 순조롭고 바람이 고르며 시절이 화평하고 풍년이 든다.

 

문신호령 가금불상(門神戶靈 呵噤不祥)

문의 신과 집안의 신령이 지키고 있으니 불길한것을 꾸짖어 금한다.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봄날의 온화하고 따뜻한 기운이 문에 가득하다.

 

일진고명만제도(一振高名滿帝都)

높은 이름 한 번 떨치니 제국의 모든 고을에 가득하다.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노래한 문구로 요임금.순임금때처럼 모든것이 평화스럽다.

 

계명신세덕 견폐구년재(鷄鳴新歲德 犬吠舊年災)

닭 울음소리는 새해의 덕을 부르고 개짖는 소리는 옛 재앙을 물리친다.

 

상유호조상화명(上有好鳥相和鳴)

하늘에는 길한 새들이 서로 조화롭게 운다.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봄빛이 먼저 오니 길인의 집이다.

 

춘도문전증부귀(春到門前增富貴)

봄이 문 앞에 오니 부귀가 늘어난다.

 

4. 그 외 다른 풍속

 

입춘은 딱히 명절은 아니지만 1년의 새로운 시작이니만큼 다양한 민속 행사가 있습니다.

 

입춘의 하루 전날을 절분(節分)이라고 하는데 이느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이 날 밤을 해넘이라고 부르고, 콩을 방, 마당이나 문에 뿌려서 귀신을 쫒고 새해를 맞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춘에 보리 뿌리의 성장 상태(그 뿌리의 많고 적음)를 보아 그해 수확을 내다보는 '보리뽑기 점'을 치곤 했습니다.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보통, 한가닥이면 흉년이라고 합니다. 뿌리의 발육 상태가 수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일리가 있는 점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신이 맡은 일을 아홉 번씩 부지런하게 하면 복을 받을 것이라는 아홉 차리라는 풍속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인들은 빨래를 아홉 번씩하기도 하였고, 학생들은 글을 아홉번씩 읽었으며, 맞을 매도 아홉 번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입춘날에는 입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움파, 산갓, 승검초, 미나리 싹, 무 싹, , 마늘, 달래 등 강한 자극을 가진 나물 중 다섯 가지를 골라서 오신채를 먹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겨울동안 결핍되었던 비타민 C와 철분, 무기질 등을 채소를 먹음으로써 보충하고 한해의 첫 절기에 맵고 쓴 음식을 먹음으로써 삶의 쓴맛을 미리 깨우치고 참을성을 키운다는 교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본떠서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는데 이를 세생채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입춘에 보리밥을 먹어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하여 보리밥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운 지역에서는 명태순대를 즐겼다고 합니다. 내장을 빼낸 명태 뱃속에 소를 채운 것으로 비타민 A가 풍부해 눈 건강과 피로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5. 입춘의 날씨

입춘이 되면 매서웠던 북서풍이 점차 잦아들고 동풍이 불어 얼어붙었던 땅을 녹여 농가에서 농사준비를 시작하던 때입니다. 입춘이라는 명칭은 중국의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정한 명칭이라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이때를 전후한 시기가 1년 중 가장 추운 해도 있습니다.

 

입춘에는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듯 어김없이 추위가 찾아와 입춘한파입춘 추위가 오줌독(장독·김칫독)을 깬다라는 말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도 생겼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입춘이 지난 후 한 달 정도 지나야 봄의 기운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춘분(24절기중 4번째, 양력 321)이 되어야 본격적인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봄 기운이 넘쳐나는 입춘입니다. 날씨는 아직 춥지만 마음만은 따스한 햇살같은 하루되시길 바라겠습니다.